작은 손끝에서 시작된 거대한 기억의 층

멕시코 남부의 작은 마을 오악사카에서 처음 만난 직조공은,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이런 말을 꺼냈다. “이건 내 어머니가 쓰던 무늬야. 나는 색만 바꿨어.”
그 짧은 문장이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. 단순히 예쁘거나 전통적인 무늬라고만 생각했던 직조의 세계에, 세대와 기억이 덧대어져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으니까.
중남미 민속 공예를 처음 접할 때만 해도, 나는 단순히 수집자의 시선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. 형태, 기법, 희소성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고, 기록하고, 보관하려 들었다. 하지만 현지에서 작가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건, 이 공예들이 단지 ‘예술품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. 그 안에는 공동체의 시간, 여성들의 손끝, 노동의 윤리,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.
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과테말라의 한 농가에서 마주친 조각가와의 대화였다. 그는 나무를 깎는 과정에서 일부러 흠집을 남긴다고 했다. “완벽하면 이상하잖아요. 이건 사람이 만든 거예요.” 그 말에서 묘한 안도감 같은 걸 느꼈다. 전통 공예를 ‘보존’하려는 시도가 때로는 그 생명력을 죽이기도 한다는 걸, 나는 현장에서 자주 체감했으니까.
그래서 folkartsanmiguel.com을 통해 나는 공예의 ‘결과’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‘맥락’에 집중하고 싶다. 누가 만들었는지, 왜 이 무늬가 쓰였는지, 어떤 날씨 속에서 손이 움직였는지를 상상하고 기록하는 일. 민속예술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건 기술보다도, 기억의 층이라고 생각한다.
요즘은 종종, 한 줌의 도자기 조각이나 마모된 직물 한 장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가 현대미술 전시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. 공예는 여전히 살아 있고,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눈보다는 마음의 감각이 먼저 열려야 한다.
– 마르셀라 윤 큐레이터 | folkartsanmiguel.com